어떤 우유를 마셔야 할까?
“Almonds Every Which Way(무조건 아몬드)”의 저자는 요즘 인기상승중인 아몬드를 극찬하면서 아몬드가 모든 식사를 더 윤택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몬드 유유를 마시는 사람들의 엄청난 자기 확신은 아몬드의 영양학적 정보와 아몬드에서 우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드는 엄청난 수고에 기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거품기를 이용해도 묽고 거품이 잘 안 납니다.) 매우 극단적인 아몬드 우유 추종자들은 두유는 내분비계가 교란되어도 상관없는 사람들이나 몬산토(증가하는 세계인구에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량공급하자는 취지의 세계적 농업기업) 직원들이나 마시는 거고 젖소의 우유는 걸신들린 듯 먹는 사람들이나 마시는 거라고 표현합니다.
코코넛, 헤즐넛, 캐슈넛, 햄프씨드 우유는 먼 나라 얘기입니다. 보통 참혹하게 비싼 값을 치러야 얻을 수 있는 수제 혼합물로 마끼아또(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만 살짝 얹음)를 저급하게 보면서 코르타도(에스프레소에 동량의 거품 없는 걸쭉한 따뜻한 우유를 섞음)와 지브롤타(코르타도보다 우유가 더 들어가면서 우유 3/5 에스프레소 2/5 비율. 좀 더 풍부한 벨벳감이 느껴지면서 미지근한 온도)를 제공하는 곳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대기업들도 아몬드 우유를 크림 같은 농도로 걸쭉하게 만들려고 뛰어들면서 아몬드 우유 예찬론은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가뭄이 심해지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주범으로 지탄받고 우쭐거림은 사라지고 굴욕만 남았습니다. 2014년 Mother Jones는 가뭄원인에 대해서 꼬집는 자신의 글에 “무식한 아몬드우유 광들은 아몬드 우유 좀 그만 마셔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아몬드를 기르는데 필요한 물 자체를 논하기보단 “보다 강력한 생태계적 문제”로 몰아갔습니다. 전 세계 아몬드의 82%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특히 Central Valley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느라 말 그대로 붕괴직전입니다. 반면, 아몬드 우유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젖소 우유 시장은 위축되고 있습니다. 아몬드에 대한 수요와 높은 가격 때문에 더 공격적으로 이루어지는 땅 개간과 생산에 보험회사, 은행, 연금기금까지 자금을 대주고 있습니다.
아몬드 우유 예찬론자들은 부인하지만 아몬드가 지속가능한 식량이 될 수 없다는 반론에 젖소우유 관계자들은 잠시나마 득의양양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몬드 우유론자들과 젖소 우유론자들 간 싸움은 확실히 바람직하지 못하고 편집광적인 문화가 낳은 편집광들일 뿐입니다. 어떤 성분이 좋다고 하면-그게 석류이건, 케일이건, 그리스 식 요거트이건, 아사이베리건- 딱 선을 긋고 하나에는 일편단심 충성, 다른 하나에는 일편단심 반감을 갖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문화에서 최악의 독은 식문화가 없다는 점이다.”라며 농장과 음식 개혁을 주창한 책을 펴낸 요리사 댄 바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뭘 먹을지에 대해서 그때그때 대세에 맡기는 편이다. 이런 저런 말들에 오락가락 하면서.” 뭔가에 꽂히면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식 요거트의 부산물은 산성인 유청이고 매년 북동부에서만 1억 5천 갤런이 만들어지는데 이 때문에 물고기들이 죽어나가고 데드존(물속에 산소가 충분치 않아 생물이 살 수 없는 구역)이 만들어졌다. (2013년 그리스 식 요거트를 둘러싼 생태계 찬반론에 대한 레베카 미드의 잡지글 인용) 산성 유청은 폐기물 쓰레기 문제이다. 하지만 식습관이 수백년 혹은 수천년에 걸쳐 형성되었고 필요에 의한 소량생산만 하는 나라들에선 그런 폐액도 완전하게 소비된다: 파르마에선 돼지 사료로 쓰이고 그리스에선 고기를 재울 때 사용한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식료품점에서 다소 복잡한 계산까지 해봐야 합니다. 쇠고기는 방목된 걸로 사야 하나, 아니면 대량 사육된 걸로 사야하나? 생선은 자연산으로 사야하나, 아니면 양식장에서 길러진 걸로 사야하나? 브라질산으로 사나, 국산으로 사나? 수입쌀은 어떻고? 품목별로 다르고 생산지 별로 다르고. 양심에 의거해서 먹고 싶지만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식료품들만 사려면 너무 혼란스럽고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들은 음식을 볼 때 단편적이고 꼭 그 음식 아니면 안 될 것처럼 보는 습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뭘 먹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길러진 걸 먹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Belcampo는 수직 통합(원재료 생산에서 최종 제품 판매까지 모든 기업경영활동 단계에 관련된 회사를 체계적으로 매입)되어 있고 방목한 여러 품종의 고기를 다루는 회사인데 대표이사로 있는 Anya Fernald는 가뭄을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은 뭘 먹고 뭘 먹지 말아야 할지가 아니라 대형농장의 한계라면서 “편집광적으로 열광하는 문화 시스템으로 덕 본 것도 있지만 기후와 날씨에는 쥐약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 구식 시스템들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했지만 그런 것들이 조금씩 모이니 상황은 훨씬 더 탄력적이 되었습니다. 극한의 상황을 겪어봐야 시스템도 다각화되니까요.”
그럼 10억 인구가 굶주리고 또 다른 10억은 영양실조인 세상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농부에게 도움이 되면서 그들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소형 농장들을 더 세워야 합니다. 특히 식량확보가 중요한 문제이고 농부나 농장일꾼들도 굶주리기 일쑤인 인구 많고 취약한 기후의 미개발국에선 더 그렇습니다. 식량 확보와 기후변화에 관한 2013년도 UN 보고서는 기존의 단일작물생산에 공을 들이는 기존의 농업방식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동시에 최대 희생자”라고 지적했습니다. 좀 더 “기후 친화적”인 형태의 농업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Fernald가 말한 다양성을 갖춘 구식의 소형 규모에 대한 주장과 일치합니다.
음식에서 우리가 원하는 게 탄력성이라면 젖소나 아몬드 나무도 나쁘지 않습니다. Fernald의 지적처럼 둘 다 가뭄지역에서 생겨난 만큼 힘든 시기에도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여전히 생산될 겁니다. 다만 그녀가 권고하는 건 폐기물이 덜 나오도록 소량 생산하는 농부를 육성해서 좀 더 값을 지불하더라도 우유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여러 종류의 우유에 관한 논쟁은 음식을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실망과 그럼에도 그런 선택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겁니다. 그녀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에 대한 열정적인 충성심을 보이고 있는 것뿐입니다.”라면서 “유제품 대 아몬드 제품 대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 차라리 그냥 블랙커피나 마시세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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