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장문 뉴스

 

 

이번달 초, 비욘세가 거의 3년만에 처음으로 긴 분량의 인터뷰한 것이 잡지 엘르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말수가 워낙 적은 사람이라고 걱정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가능한 많은 내용이-그녀의 음악, 성장배경, 부모님, 엄마로서의 삶, 그녀의 내면세계, 아픔과 회복, 흑인여성파워에 관한 그녀의 생각, 그리고 특히 제이 지와의 결혼생활-어제밤에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장난스런 깜짝 발표이긴 했지만; “레모네이드는 영혼의 표출입니다.

 

레모네이드가 요란스런 사전홍보도 없이 HBO에서 방영되었는데, 앨범 그 이상이었습니다.

말로 풀어내고 있는 듯한, 영화 나레이션 같은 음악, 문화적 기준점의 도식화, 항상 속을 알 수 없는 것 같았던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

 

비욘세가 일상적인 공식석상에서 드러내지 않았던 것들을 이번 앨범에는 거리낌없이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남편 제이지 와의 관계는 겉으로 보기엔 힘과 흥의 절묘한 결합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고통스런 여정이었다고 합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근원이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레모네이드는 잔혹한 긴장의 산물입니다: 온 세상이 떠받들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사랑조차 얻지 못하는 여자.

 

예전에 비욘세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했습니다.

이제 그녀는 페미니스트의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 극대화시킵니다.

레모네이드에선 여성혐오가 사랑이란 굴레 안에서 강력해지고 복잡해진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너 바람피워?” 비욘세가 묻습니다. 건물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물위로 착지하고 나서요.

이번 앨범은 Kübler-Ross의 근심모델(부정, 분노, 냉담, 공허 등등)에 살짝 근거한 챕터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초반부는 분노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바람피운 배우자에 대한 신랄한 비난과 독설.

그 정도가 심해서 트위터에선 레모네이드로 이혼 선언까지 겸사겸사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널 사랑하는 여자를 이따위로 대하다니!” 비욘세가 말합니다. 카나리아 새 같은 샛노란 털옷을 입고 거리를 걸으며 야구방망이로 자동차 창문들을 박살내면서.

중간에, 자신의 남편에게 말합니다. 그녀가 배신의 고통에 베어 죽어버려 그의 눈 앞에 있는 걸 상상해보라고.

그리고 나서 말합니다. “내 생명줄인 네가 날 죽이려 드는구나.”

 

비욘세가 이렇게 예술혼을 불태운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같이 사진찍자.” 그녀가 노래 사이에 잠깐 속삭이듯 잔인하게 말합니다.

우리 셋이 불멸의 상태로, , 그리고 네 잘난 여자.”

노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와 명확한 감정을 완화해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게 단지 그들의 관계에 대해 대중이 보이는 끝없는 관심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면, 참 난잡스럽게 성공입니다.

 

하지만 레모네이드로 비욘세의 개인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지만, 다양한 예술적 노력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지난번 노래보다 훨씬 폭넓게 여러 신구 대중음악을 접목하여 풍부한 음악의 향연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여러 시대에서 따온 음향과 이미지를 결합하여 남북전쟁전의 남부지역이 연상되는 흑인들의 삶, 말콤X, 그리고 지난 3년간 경찰의 무자비함에 목숨을 잃은 젊은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느낌의 소재와는 달리 그 결과물은 경쾌합니다.

그녀와 이번에 합작한 사람들은 디플로’, ‘위켄드 아벨 테스파예’, ‘뱀파이어 위켄드에즈라 코에니그’, ‘잭 화이트’, ‘더 드림 테리우스 내쉬’, ‘애니멀 콜렉티브’, ‘제임스 블레이크’, ‘켄드릭 라마’, 그리고 예예예스입니다.

솔자 보이와 레드 제플린을 샘플링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장르는 블루스죠.

과거에 비욘세는 다른 작품의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도용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조만간 인터넷에서 전체적으로 면밀히 정리가 되면 레모네이드는 더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겁니다.

 

다시 한번 그녀는 수많은 비디오 감독들을 모아서 작품을 찍고, 수많은 여배우들과 친구들을 끌어모아 비디오에 출연시켰습니다.

 

특별출연자 중엔 세레나 윌리엄스도 있는데 비욘세가 부르는 “Sorry”란 노래를 격하게 기념하며 등장합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코냑 잔을 홀짝대고 있어...(중간생략) 질렸어.”

비욘세는 남편소유의 코냑브랜드를 조롱하며 남편을 퇴짜 놓을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여자입니다.

 

비욘세가 다양한 사람들과 합작을 하긴 했지만, 자신의 여동생 솔란지는 레모네이드에 모습을 비추지 않습니다.

비욘세와 제이지가 공식적으로 망신살 뻗친 데 솔란지가 한 몫 했는데도 말이죠.

2014,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갈라쇼가 끝난 후 그녀가 엘리베이터 감시 카메라에 찍혔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이지를 향해 사납게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영상이 섬뜩했던 건 솔라지가 죽일 듯이 달라 들어서도 그렇지만-발차기, 주먹날리기, 할퀴기, 소리지르기, 그리고 경호원들 뿌리치기- 비욘세가 비켜서서 그 장면을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솔란지는 레모네이드에 등장하지 않는 듯 하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거대하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번 앨범의 일부 등장인물들은 솔란지의 친구들입니다; 일부 영상은 솔란지가 살고 있는 뉴 올리언스에서 2013년에 촬영된 겁니다. 화려한 흰 드레스를 입은 엄숙한 모습의 흑인 여성 몇 명의 장면인데 솔란지의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들이라는 연상이 듭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작품이 그 날 밤 엘리베이터에서 보여진 분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 영상은 온 세상에 비욘세와 제이지의 결혼상태에 대한 온갖 추측을 만들어냈죠그래서 아마도 비욘세가 몇 년간 언론노출을 극도로 자제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밤, 비욘세는 마침내 그날밤에 설명되지 않은 질문들에 답을 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그래, 솔란지가 내 남편한테 그렇게 달라든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아무 이유없이 폭발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레모네이드가 모욕감에 휩싸인 여자의 이야기만 담은 건 아닙니다.

중간에, 제이지에 대한 얘기에서 비욘세의 이혼한 부모얘기로 흘러가면서 지금까지 자기 부모 얘기하고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녀는 부부간의 다툼이 가족 대대로 이어져 왔다는 충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녀의 아버지의 팔이 어머니의 목을 두르고 있는 것과 자신과 자신의 딸, 블루 아이비 그리고 아버지인 매튜 놀즈와의 영상을 보여주면서요.

 

우리 아빠가 너 같은 남자들 조심하랬어,” 세대를 이어 나타나는 고통과 불신의 복잡한 줄기를 그려내며 그녀가 말합니다.

 

앨범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보면, 절망적인 톤이 희망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비욘세의 완벽주의는 그녀의 사생활에도 뻗쳐있습니다.

원흉이자 분노의 대상이었던 제이지는 앨범의 3분의 2 정도 지점의 화면에서 나타납니다.

그의 검은 목 뒷덜미가 보이고 그의 손은 비욘세의 맨 다리를 어루만지고 그들은 조심스럽게 사랑의 포옹을 합니다.

그러면서 급속도로 속죄모드로 돌입합니다; 뜬금없이 분위기가 전환되며 제이지와 비욘세가 자신들의 손가락에 커플 문신을 하는 영상이 나옵니다.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이 결국 나를 치유했다,” 그녀가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나아질 거야.”

이 부분으로 안심시키려고 했겠지만 실패입니다-사랑과 희망은 그녀가 표현한 고통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비욘세는 너무 많은 걸 보여주고는 다시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치유라면서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도피해서 또 다시 속을 알 수 없게 만듭니다.